연구 조직 역할과 책임
1. 서론: R&D 조직, 왜 지금 R&R을 재정립해야 하는가
1.1 R&D 조직의 성장통과 비효율
연구개발(R&D) 조직은 초기 단계에서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상호 간의 업무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며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이 시기에는 별도의 역할과 책임(Role and Responsibility, R&R) 정의 없이도 “저 사람이 저 일을 해결하고 있구나. 저 일은 내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암묵적 합의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1 그러나 조직이 성장하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러한 방식은 한계에 부딪힌다. 구성원 수가 증가하고 팀이 세분화되면서, “누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누가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 알기 쉽지 않“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업무 범위의 모호성이 발생한다.1
이러한 모호성은 곧 조직의 비효율로 직결된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 여러 팀이 중복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자원을 낭비하거나, 반대로 누구의 책임도 아닌 회색지대(Gray Area) 업무가 방치되어 프로젝트 전체에 병목 현상을 유발한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누구도 선뜻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못하는 문화가 고착화된다. 이는 R&D 조직의 혁신 동력을 잠식하는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조직의 성장에 따른 복잡성을 관리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R&R의 명확한 정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
1.2 자율성과 R&R의 역설적 관계
많은 리더들이 R&R 정립이 구성원의 업무 영역을 과도하게 나누고 창의성과 자율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나의 일과 너의 일이 나눠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1 그러나 이는 R&R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오히려 명확한 R&R은 진정한 자율성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자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통제 없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아서 문제를 찾고, 찾은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1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 책임, 그리고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인지할 때, 비로소 타인의 눈치를 보거나 불필요한 허가를 구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역할 범위 내에서의 의사결정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되며, 이는 곧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R&R이 모호한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문제에 나서기를 주저하게 되는데, 이는 보이지 않는 통제로 작용하여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따라서 R&R은 자율성을 억압하는 통제의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전한 운동장(Safe Playground)’을 제공하는 핵심 기반이다. 권한과 책임, 자율과 통제 간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혁신 성과를 높이는 핵심이다.2
1.3 R&D 투자 효율성 극대화의 전제 조건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매년 수천억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R&D에 투자하고 있다.3 그러나 단순히 투자 금액을 늘린다고 해서 시장을 선도하는 신제품과 신기술이 저절로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투자금이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R&D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3 그렇지 않으면 귀중한 경영 자원이 사장되거나 낭비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효과적인 R&D 경영 체제의 출발점은 바로 R&D 부문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관련 부문 간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다.3 R&R이 명확할 때, 조직은 전략적 목표에 맞춰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으며, 제품 기획부터 개발, 양산, 고객 대응에 이르는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3 본 안내서는 R&D 조직이 R&R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 배경, 구체적인 방법론, 단계별 실행 계획, 그리고 잠재적 위험 관리 방안까지 총망라하여 제시함으로써, R&D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끄는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2. R&D 조직 R&R의 근본적 이해와 설계 원칙
2.1 R&D 조직의 이중적 역할: ’사업 지원’과 ‘미래 준비’
2.1.1 두 역할의 정의와 특성
R&D 조직의 역할은 그 성격과 목표 시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업 지원(Business Support)’ 역할로, 이는 현재 사업의 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활동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원가를 절감하는 개량/개선 제품 개발, 원활한 생산을 돕는 양산 지원, 그리고 고객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고객 대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3 이 역할은 비교적 단기적인 관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미래 준비(Future Preparation)’ 역할이다. 이는 당장의 사업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시장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신제품 개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기술 개발, 그리고 미래 기술의 토대가 되는 기초 기술 연구 등이 포함된다.3 이 역할은 높은 불확실성과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성공할 경우 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현재 한국 기업의 R&D 부문은 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3
2.1.2 역할 갈등의 발생과 분리의 필요성
’사업 지원’과 ’미래 준비’는 목표, 시간 관점, 성과 측정 방식, 요구되는 조직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가진다. ’사업 지원’은 예측 가능하고 단기적인 성과 압박이 강한 반면, ’미래 준비’는 불확실성이 높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처럼 상이한 속성의 두 역할을 하나의 조직에 동시에 부여할 경우, 필연적으로 역할 갈등이 발생한다. 특히 긴급성이 높은 ‘사업 지원’ 업무에 자원이 우선적으로 배분되면서, 상대적으로 긴급성은 낮지만 중요도는 높은 ‘미래 준비’ 역할이 소홀해지기 쉽다.3 이는 단기 성과에 유리한 업무가 장기적으로 중요한 업무를 몰아내는 ‘그레셤의 법칙(Gresham’s Law)’ 현상과 유사하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연구원들은 역할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미래 경쟁력이 심각하게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진 기업들은 이 두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운영한다.3 즉, ’미래 준비’를 위한 조직은 자원 배분 비중이 작더라도 ‘사업 지원’ 조직과 별도로 분리하여, 단기적인 사업 압박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R&D 조직의 구조적 분리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두 역할의 생존을 보장하고 나아가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2.1.3 단계적 접근 방안 및 유기적 협력
R&D 조직을 ’사업 지원’과 ’미래 준비’로 분리할 때, 기업의 성장 단계와 역량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직 설립 초기나 R&D 역량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사업 지원’ 역할에 우선순위를 두어 당면한 시장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이를 통해 타 부문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사업을 통해 확보된 여유 자원과 축적된 R&D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준비’ 역할의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3
두 조직을 구조적으로 분리 운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조직 간의 단절이다. ‘미래 준비’ 조직이 현장과 괴리된 채 ‘상아탑’ 연구에만 몰두하거나, ‘사업 지원’ 조직이 미래 기술의 흐름을 놓치는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양 조직 간의 정례적인 인력 파견 및 교류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3 예를 들어, 생산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업 지원’ 조직의 인력을 ‘미래 준비’ 조직으로 파견하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용적인 연구 과제를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미래 준비’ 조직의 인력이 신제품의 양산 이관 및 초기 품질 확보를 위해 ‘사업 지원’ 조직에서 근무하게 함으로써, 개발된 기술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처럼 성공적인 R&D 조직 설계의 핵심은 ’구조적 분리’와 ’운영적 통합(인력 교류)’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요소를 동시에 최적화하여, 두 역할이 상호 보완적인 선순환 관계를 구축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3
2.2 성공적인 R&R 설계를 위한 핵심 프레임워크
2.2.1 R&R 설계의 기본 원칙
성공적인 R&R 설계는 단순히 개별 구성원의 업무 목록을 나열하는 행정적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조직의 상위 비전 및 전략과 R&R을 명확하게 연계하는 것이다.4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이 조직 전체의 성공이라는 큰 그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때, 비로소 수동적인 업무 수행자를 넘어 주도적인 참여자로 거듭날 수 있다. 월드김치연구소(WiKim)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연구소는 “국가 김치 산업 선도“라는 명확한 미션을 설정하고, 이를 ‘김치 발효의 과학화’, ‘김치 산업의 고도화’ 등 상위 역할로 구체화하여 R&R 체계를 구축했다.4 이처럼 전략적 방향성을 담아낸 R&R은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목표 의식을 부여하고 조직의 모든 활동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2.2 업무 실행 명확화: RACI 매트릭스와 변형 모델 심층 분석
R&D 프로젝트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여러 팀과 개인이 복잡하게 얽혀 진행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업무 실행의 혼란을 방지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도구가 바로 RACI 매트릭스다. RACI는 프로젝트 내 각각의 과업(Task) 또는 결과물(Deliverable)에 대해 다음 네 가지 역할을 정의하는 책임 할당 차트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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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Responsible, 실무 담당자): 해당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사람 또는 팀. 실질적인 실행의 책임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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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Accountable, 의사 결정권자/총괄 책임자): 해당 업무의 완료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 업무의 성공 또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며, 각 과업 당 단 한 명만 지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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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Consulted, 업무 수행 조언자): 업무 수행 과정에서 전문적인 의견이나 정보를 제공하여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사람. 양방향 소통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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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formed, 결과 통보 대상자): 업무 진행 상황이나 완료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아야 하는 사람. 일방향적인 정보 전달이 이루어진다.
RACI 매트릭스는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형성하여 역할 혼란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며, 팀워크를 장려하는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5 그러나 프로젝트의 규모가 매우 크고 복잡해지면 매트릭스 자체가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질 수 있으며, 급변하는 프로젝트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수정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6 특히 빠른 의사결정이 생명인 소규모 팀이나 애자일(Agile) 방식의 프로젝트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5
이러한 RACI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변형 모델이 개발되었다. 대표적으로 RASCI 모델은 ‘S(Support, 지원)’ 역할을 추가하여, 실무 담당자(R)를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명시함으로써 협업을 더욱 강조한다.10 한편, DACI 모델은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춘다. ‘D(Driver, 주도자)’, ‘A(Approver, 승인자)’, ‘C(Contributor, 기여자)’, ’I(Informed, 정보 공유 대상자)’로 역할을 구분하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그룹 의사결정을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만드는 데 유용하다.10
2.2.3 의사결정 속도 향상: RAPID 프레임워크의 적용
R&D 프로젝트의 성패는 종종 중요한 길목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경우, 의사결정은 끝없이 지연되기 쉽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에서 개발한 프레임워크가 바로 RAPID다. RAPID는 ’누가 결정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데 특화된 도구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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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Recommend, 추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특정 조치나 해결책을 제안하는 역할. 의사결정의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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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Agree, 동의): 제안된 안에 대해 동의 또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역할. 법무, 재무 등 필수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서가 주로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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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erform, 실행): 최종 결정된 사항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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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put, 입력): 제안을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이나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 ‘추천’ 역할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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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Decide, 결정): 모든 정보와 의견을 종합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는 단 한 사람. 모든 책임은 이 역할에 귀속된다.
RAPID 프레임워크의 가장 큰 가치는 최종 결정권자(D)를 단 한 명으로 명확히 지정함으로써, 책임의 분산을 막고 신속한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11 이는 “지연되는 완벽한 의사결정보다 잘 실행된 의사결정이 낫다“는 실용적인 철학을 반영하며, 특히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기술 기업에 매우 유용하다.11
2.2.4 전략적 선택: RACI vs. RAPID, 무엇을 언제 사용할 것인가
RACI와 RAPID는 모두 R&R을 명확히 하는 도구지만, 그 핵심 초점과 적용 영역이 다르다. RACI는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업무 실행(Task Execution)’**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반면, RAPID는 특정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의 속도와 명확성을 높이는 데 특화되어 있다.11 따라서 두 프레임워크는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격과 단계에 따라 전략적으로 조합하여 사용해야 하는 상호 보완적인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
하나의 대규모 R&D 프로젝트는 수많은 ‘업무 실행’ 과제와 몇 개의 핵심적인 ‘의사결정’ 지점으로 구성된다. 프로젝트 전체의 업무 분장과 정보 흐름을 관리하기 위한 기본 틀로는 RACI 매트릭스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이해, 즉 프로젝트의 ’운영체제(OS)’를 제공한다.
그러나 프로젝트 진행 중 발생하는 중요한 기술적, 전략적 의사결정 지점, 예를 들어 차세대 플랫폼 기술로 A와 B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혹은 심각한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을 때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지 중단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RACI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때 RAPID 프레임워크를 특정 의사결정을 위한 ’애플리케이션(App)’처럼 ‘팝업(Pop-up)’ 형태로 적용할 수 있다. 해당 사안에 한해 R-A-P-I-D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여 신속하게 결론을 내린 후, 다시 RACI 기반의 실행 체계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처럼 두 프레임워크를 유연하게 조합하여 적용하는 것이 R&D 조직의 실행력과 의사결정 속도를 동시에 높이는 최적의 전략이다.
| 구분 | RACI 프레임워크 | RAPID 프레임워크 |
|---|---|---|
| 핵심 초점 | 업무 실행(Task Execution)의 명확화 |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의 속도 및 명확성 |
| 주요 역할 | • Responsible (실무 담당자) • Accountable (총괄 책임자) • Consulted (업무 조언자) • Informed (결과 통보 대상) | • Recommend (추천) • Agree (동의) • Perform (실행) • Input (정보 제공) • Decide (최종 결정) |
| 장점 | • 역할 혼란 및 업무 중복 감소 •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경로 설정 • 책임 소재 명확화 | • 의사결정 병목 현상 해소 • 신속하고 책임감 있는 결정 촉진 •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에 효과적 |
| 단점 | • 복잡한 프로젝트에서 관리의 어려움 • 의사결정 지연 가능성 존재 • 경직된 운영의 위험 | • 업무 실행 책임은 불명확 • 의사결정에만 초점을 맞춰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음 • 소규모 결정에는 과도할 수 있음 |
| 최적 적용 상황 | •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복잡한 프로젝트 • 신제품 개발, 시스템 구축 등 단계별 과업이 명확한 경우 • 프로젝트 전반의 책임 구조를 정의할 때 | • 고위급 전략 결정, 위기 관리 등 중요하고 신속한 결정이 필요할 때 • 여러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필요한 복잡한 의사결정 • M&A, 신시장 진출 등 중대 사안 |
표 1: RACI vs. RAPID 프레임워크 비교 분석 11
3. 성공적인 R&R 도입을 위한 단계별 실행 로드맵
3.1 5단계 실행 프로세스: 현황 분석부터 지속적 최적화까지
성공적인 R&R 도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체계적인 계획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프로세스다. 전략 컨설턴트들이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5단계 실행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4
1단계: 현황 분석 및 문제 정의 (As-Is 분석)
모든 변화의 시작은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현재 조직의 구조도와 공식적인 업무 분장표를 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실제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프로세스 맵핑(Process Mapping)을 수행한다.4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과의 심층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통해 R&R의 모호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업무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여 의사결정이 지연되는가?”, “어떤 영역에서 부서 간 중복 업무가 발생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조직이 겪고 있는 핵심적인 고통점(Pain Point)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2단계: R&R 프레임워크 설계 및 정의 (To-Be 모델 수립)
현황 분석을 통해 도출된 문제점을 해결하고 조직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미래의 R&R 모델(To-Be Model)을 설계한다. 먼저, 조직의 특성과 프로젝트의 성격에 가장 적합한 프레임워크(예: RACI, RAPID 또는 그 변형)를 선택한다.4 그 후, 선택된 프레임워크에 따라 각 역할의 구체적인 책임과 권한을 상세하게 기술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업무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각 역할이 조직의 가치와 전략적 방향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4 필요한 경우, 프로젝트 관리 전문 조직인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단계별 역할을 정립하고 통합적인 로드맵을 작성하여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12
3단계: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및 변화 관리
아무리 잘 설계된 R&R 체계라도 구성원들의 이해와 동의 없이는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R&R 변화의 필요성, 구체적인 내용, 그리고 이를 통해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투명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4 단순히 이메일이나 공지로 통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사 설명회, 팀별 워크숍, Q&A 세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새로운 R&R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우려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세부적인 변화 저항 관리 전략은 제4부에서 심층적으로 다룬다.)
4단계: 단계적 도입 및 시스템 연동
변화에 대한 조직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으로 한 번에 도입하는 ‘빅뱅(Big-bang)’ 방식보다, 특정 팀이나 파일럿 프로젝트에 먼저 시범적으로 적용하여 문제점을 보완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는 단계적 접근이 훨씬 효과적이다.4 신한금융그룹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R&R 재설계 시 이러한 단계적 도입을 통해 조직의 적응력을 높였다.4 또한, 정의된 R&R이 단순한 문서로만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ClickUp, Asana, Miro와 같은 협업 관리 도구에 R&R 매트릭스를 템플릿화하여 내재화하고, 개인 및 팀의 성과 평가 시스템과 직접 연동시켜 실제 업무와 평가가 R&R 기반으로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5
5단계: 성과 측정 및 지속적 개선
R&R 도입은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최적화 과정의 시작이다. R&R 도입 후의 성과를 정량적, 정성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해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프로세스 중심의 R&R 혁신을 통해 신차 개발 기간이 평균 18% 단축되는 정량적 성과를 거두었다.4 이러한 성과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정기적으로 수집하여 R&R 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4 시장 환경과 조직의 전략이 변함에 따라 R&R 또한 유연하게 진화해야 한다.
3.2 R&R과 성과 관리의 연계: OKR을 활용한 목표 정렬
3.2.1 R&R과 성과 관리 연계의 중요성
명확하게 정의된 R&R은 그 자체만으로는 조직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하지 않다. R&R이 실질적인 동력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인 및 팀의 성과 평가 체계, 그리고 인센티브와 같은 보상 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4 자신의 역할에 따른 책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때 긍정적인 평가와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구성원들은 비로소 R&R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주도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R&R에 기반한 KPI(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개인 및 팀 성과 평가와 연동함으로써 R&R 혁신의 효과를 극대화했다.4
3.2.2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의 개념
전통적인 KPI 기반의 성과 관리는 종종 부서 이기주의를 심화시키거나, 도전적인 목표 설정보다는 달성하기 쉬운 목표에 안주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조직 전체를 하나의 목표로 정렬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이다. OKR은 조직의 가장 중요한 목표(Objective)를 설정하고, 그 목표의 달성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3~5개의 구체적인 핵심 결과(Key Results)를 설정하여 관리하는 목표 설정 프레임워크다.13 OKR의 핵심은 전사적인 최상위 목표부터 팀, 그리고 개인의 목표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모든 구성원이 조직의 공동 목표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3.2.3 R&D 조직의 OKR 설정 방법
R&D 조직의 특성을 고려한 OKR 설정 방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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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jective (목표): 정성적이고, 도전적이며, 영감을 줄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신제품 개발 완료“와 같은 과업 중심의 목표가 아니라, “AI 추천 기술로 사용자 경험을 혁신한다“와 같이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담아야 한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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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Results (핵심 결과): 목표의 달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지표로 설정해야 한다. 결과물(Output)이 아닌 성과(Outcome)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위 목표에 대한 KR은 “AI 모델의 추천 정확도 95% 달성”, “추천을 통한 사용자 클릭률 20% 증가”, “신규 알고리즘 2개 성공적 도입“과 같이 설정할 수 있다.14
3.2.4 R&R 기반 OKR 설계
R&R과 OKR은 서로 분리된 시스템이 아니라, 긴밀하게 결합될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먼저 R&R을 통해 조직의 구조와 각 역할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의한다. 그 후, 각 역할(Role)에 할당된 책임(Responsibility)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를 OKR 형태로 설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 알고리즘 개발자’라는 역할은 “AI 모델의 추천 정확도 95% 달성“이라는 KR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역할은 “신규 학습 데이터 1만 건 확보“라는 KR 달성에 기여하게 된다.
이처럼 R&R은 **‘조직의 구조’**를, OKR은 **‘조직의 방향’**을 정의한다. R&R만 있고 OKR이 없다면, 구성원들은 각자의 역할은 알지만 조직 전체가 어디로 가는지 몰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이는 마치 각자 열심히 노를 젓지만 배는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과 같다. 반대로 OKR만 있고 R&R이 없다면, 조직의 목표는 명확하지만 누가 그 목표의 어떤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지가 불분명하여 책임 전가나 업무 중복이 발생한다. R&R을 통해 “누가(Who)“를 명확히 하고, OKR을 통해 “무엇을(What)“과 “왜(Why)“를 명확히 할 때, 조직은 비로소 목표를 향한 강력하고 정렬된 실행력을 갖추게 된다. 이 둘의 유기적인 결합은 R&R 도입 성공의 핵심 승부처다.
4. 선진 기업 R&D 조직 R&R 혁신 사례 분석
이론과 프레임워크가 실제 조직에서 어떻게 적용되어 어떤 성과를 창출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것은 R&R 도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국내외 선진 기업들은 각기 다른 조직적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R&R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4.1 프로세스 중심 혁신: 현대자동차의 신차 개발 기간 단축 사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R&D 효율성 극대화는 현대자동차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다. 당시 현대차 R&D 조직은 전통적인 수직적, 기능 중심적 구조로 인해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4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는 R&R 혁신을 단행했다.
혁신의 핵심은 조직의 구조를 ‘기능’ 중심에서 ‘프로세스’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다. 즉, ’차량 개발’이라는 핵심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역할을 재정의했다.4 이를 위해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방향과 일정을 책임지는 프로젝트 매니저(PM)와 각 기술 영역의 전문성을 책임지는 기능별 전문가의 이원화된 R&R 체계를 수립했다. 또한, RACI 매트릭스를 도입하여 신차 개발의 각 단계별로 누가 실무를 담당하고(R), 누가 최종 책임을 지며(A), 누구와 협의하고(C),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지(I)를 명확히 정의했다.4 이 과정에서 중복 업무가 제거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획기적으로 간소화되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는 신차 개발 기간을 평균 18% 단축하고 부서 간 협업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는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으로 이어졌다.4
4.2 디지털 전환 대응: 신한금융그룹의 애자일 R&R 재설계 사례
금융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신한금융그룹은 전통적인 금융 업무와 새롭게 부상하는 디지털 업무를 조화롭게 통합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4 기존의 위계적이고 경직된 조직 구조와 R&R 체계로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에 신한금융그룹은 R&R 재설계 프로젝트를 통해 조직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가장 큰 특징은 스포티파이(Spotify) 모델로 잘 알려진 스쿼드(Squad), 트라이브(Tribe) 기반의 애자일 조직 구조를 도입한 것이다.4 스쿼드는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직무의 전문가들이 모인 자기 완결적 팀으로,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가진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러한 애자일 조직 구조에 맞춰, 고정된 직무 기술서가 아닌 유연한 ’역할 기반(Role-based)’의 R&R을 설계했다. 이는 프로젝트의 필요에 따라 구성원들이 유연하게 역할을 맡고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자율성과 책임의 균형을 강조한다.4 또한, R&R 변화에 따른 구성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커뮤니케이션을 병행하는 등 변화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신규 디지털 서비스 출시 시간이 평균 40% 단축되었고, 부서 간 협업이 증가하며 고객 중심의 혁신 역량이 크게 강화되었다.4
4.3 미션과 가치 기반 설계: 월드김치연구소(WiKim)와 Wipro 사례
R&R 설계는 조직의 근본적인 정체성, 즉 미션(Mission)과 가치(Value)에 기반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월드김치연구소(WiKim)는 “한국을 김치 생산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한다“는 명확한 미션을 R&R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4 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김치 발효의 과학화’, ‘김치 산업의 고도화’, ’김치 가치의 자원화’라는 세 가지 상위 역할을 정의했다. 그리고 각 역할을 다시 ‘김치 품질 개선 효모 개발’, ‘김치 공정 최적화 플랫폼 구축’ 등 5가지 핵심 역량 중심의 구체적인 책임 영역으로 세분화했다.4 이는 단순한 업무 분장을 넘어, 모든 조직 활동이 미션 달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렬되도록 만든 탁월한 사례다.
인도의 IT 서비스 기업인 Wipro는 조직의 핵심 가치를 R&R 프레임워크에 직접 통합했다. Wipro는 ’문화’가 비즈니스 목표 달성의 핵심이라는 인식 하에, 조직의 5가지 핵심 가치와 연계된 ‘AIRe(Appreciation, Incentivization, Reinforcement, Empowerment)’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4 이는 직원들의 기여를 실시간으로 인정하고(Appreciation), 금전적/비금전적 보상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며(Incentivization), 바람직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Reinforcement), 동료를 인정하고 보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Empowerment)하는 체계다. 이를 통해 Wipro는 R&R을 단순한 역할 정의를 넘어, 조직의 핵심 가치를 내재화하고 바람직한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여 직원 만족도와 참여도를 크게 향상시켰다.4
| 기업 | 도입 배경 | R&R 설계 특징 | 핵심 성과 |
|---|---|---|---|
| 현대자동차 | 글로벌 경쟁 심화, R&D 효율성 제고 필요 | 프로세스 중심 설계: 차량 개발 프로세스 기반 역할 정의, RACI 매트릭스 도입, PM-기능 전문가 이원화 체계 | • 신차 개발 기간 평균 18% 단축 • 부서 간 협업 효율성 증대 • 의사결정 시간 단축 |
| 신한금융그룹 | 디지털 전환 가속화, 전통-디지털 업무 통합 필요 | 애자일/역할 기반 설계: 스쿼드/트라이브 조직 구조 도입, 자율성과 책임의 균형을 고려한 유연한 역할 할당 | • 신규 디지털 서비스 출시 시간 40% 단축 • 부서 간 협업 증가 • 고객 중심 혁신 역량 강화 |
| 월드김치연구소 (WiKim) | 국가 연구기관으로서의 명확한 미션 달성 | 미션 중심 설계: 조직의 미션을 상위 역할과 핵심 역량 중심의 책임 영역으로 구체화 | • 조직의 모든 활동을 미션 달성과 연계 • 조직 효율성 및 성과 극대화 |
| Wipro | 조직 문화 혁신, 핵심 가치 내재화 필요 | 가치 중심 설계: 조직의 핵심 가치와 연계된 ‘AIRe’ 프레임워크(인정, 동기부여, 강화, 권한부여) 도입 | • 직원 만족도 및 참여도 향상 •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 및 성과 장려 • R&R을 조직 문화 강화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 |
표 2: 선진 기업 R&R 혁신 사례 요약 4
5. R&R 도입의 장애물과 극복 전략
5.1 ‘변화 저항’ 관리: 구성원의 심리적 변화 곡선 이해와 대응
5.1.1 변화 저항의 심리적 원인 (변화 곡선)
R&R 도입과 같은 중대한 조직 변화는 필연적으로 구성원들의 저항에 부딪힌다. 이러한 저항은 단순히 비협조적인 태도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과정이다.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übler-Ross)가 제시한 ‘변화 곡선(Change Curve)’ 모델은 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구성원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7단계의 감정 변화를 겪는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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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Shock): 변화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감과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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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Denial): “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며 현실을 외면하려는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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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Anger):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지하면서 느끼는 불만과 분노를 조직이나 동료에게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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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Bargaining):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협점을 찾으려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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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Depression): 변화로 인한 상실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무기력해지는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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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Acceptance):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하는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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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 (Problem-solving):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방식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단계.
리더는 구성원들이 이러한 감정적 여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각 단계에 맞는 섬세한 접근을 통해 저항을 관리해야 한다.
5.1.2 저항 관리 전략
변화에 대한 저항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구성원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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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교육과 투명한 소통: 변화의 필요성, 구체적인 내용, 그리고 이를 통해 개인과 조직이 얻게 될 긍정적인 효과를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한다.17 왜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저항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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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의 참여와 권한 위임: R&R 설계 및 도입 과정에 구성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17 자신들이 직접 만든 규칙에 대해서는 주인의식을 갖고 더 쉽게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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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별 맞춤형 접근: 모든 구성원이 변화를 동일한 방식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벨빈 팀 역할 모델(Belbin Team Roles)과 같은 도구를 활용하여 구성원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소통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16 예를 들어, 변화를 신중하게 분석하는 ‘냉철 판단자(Monitor Evaluator)’ 유형에게는 명확한 데이터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자원 탐색가(Resource Investigator)’ 유형에게는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 비전과 기회를 강조하는 방식이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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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도입과 성공 경험 축적: 전사적인 동시 도입보다는 특정 부서나 프로젝트에 먼저 시범 적용하여 작은 성공(Small Win)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4 성공 경험은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다른 조직의 참여를 유도하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5.2 잠재적 부작용 방지: 영역 다툼, 책임 회피, 관료주의의 덫
5.2.1 R&R 도입의 잠재적 부작용
R&R 도입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잘못 운영될 경우, 다음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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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다툼(Silo) 및 책임 회피: R&R이 ’나의 일’과 ’너의 일’을 가르는 명확한 경계선으로만 작용할 경우, 부서 간 협업이 단절되는 사일로(Silo)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여러 부서에 걸쳐 있는 회색지대(Gray Area) 업무에 대해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현상이 발생하여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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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주의 심화: 명확한 역할과 표준화된 절차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조직이 유연성을 잃고 경직되는 관료주의에 빠질 수 있다.19 이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문화를 조장하며, 특히 예측 불가능한 문제 해결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명인 R&D 조직에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5.2.2 해결 방안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R&R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결 방안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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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촉진 메커니즘 제도화: R&R을 정의할 때, 개별 역할의 책임뿐만 아니라 다른 역할과의 ’협업 책임’을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또한, 부서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명확한 프로세스(예: 갈등 조정 위원회, 상위 리더의 중재 역할)를 사전에 수립해야 한다.18 특히, 어떠한 R&R 매트릭스도 모든 업무를 100% 규정할 수는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회색지대 업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규칙을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회색지대 업무 발생 시, 관련 C(Consulted) 역할자들이 모여 24시간 내에 R과 A를 결정한다’와 같은 구체적인 운영 규칙을 수립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리더는 이러한 회색지대 업무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함으로써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행동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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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주의 방지 장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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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구조 지향: 불필요한 보고 단계를 줄이고 의사결정 권한을 실무자에게 대폭 위임하여,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소통과 실행을 도모해야 한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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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성 확보: 고정된 직무 기술서에 얽매이기보다, 애자일 조직처럼 프로젝트와 과업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역할이 변화하고 팀이 구성되는 ‘역할 기반(Role-based)’ 체계를 지향해야 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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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노력 병행: GE의 사례처럼 ‘개방성’, ’고객 중심’과 같은 조직의 핵심 가치를 인사 및 평가 제도와 직접 연계하여, 관료주의적인 행동이 발붙이지 못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19 또한,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위기의식을 공유함으로써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19
결론적으로, R&R 도입의 성공은 ’정교한 설계’만큼이나 ’섬세한 관리’에 달려 있다. 특히 경계가 모호한 회색지대에서 어떻게 협업하고 책임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문화가 뒷받침될 때, R&R은 비로소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6. 결론: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한 R&R의 진화
6.1 정적(Static) R&R을 넘어, 동적(Dynamic) R&R으로
R&D 조직에 R&R을 도입하는 것은 조직 혁신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에 서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환경, 경쟁 구도, 핵심 기술이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 한 번 정해진 R&R은 금방 낡고 경직된 규칙으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R&R은 한 번 만들어지고 잊히는 정적인 문서가 아니라, 조직의 전략과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정기적으로 검토되고 개선되는 살아있는 시스템, 즉 **동적 R&R(Dynamic R&R)**이 되어야 한다.4 정기적인 피드백 수집과 성과 모니터링을 통해 R&R 체계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프로세스를 내재화해야 한다.
6.2 애자일 원칙의 통합
미래의 성공적인 R&D 조직은 전통적인 부서와 직급의 경계를 넘어, 명확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역할(Role)을 중심으로 전문가들이 유연하게 모이고 흩어지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스쿼드(Squad)나 과업 중심의 태스크포스(Task Force)와 같은 애자일 조직 원칙이 R&D 조직에도 점차 확산될 것이다.4 R&R 체계 역시 이러한 유연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원하고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고정된 직무(Job)가 아닌, 변화하는 역할(Role)에 초점을 맞춘 R&R은 조직의 민첩성(Agility)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6.3 리더십의 궁극적 책임
궁극적으로 R&R의 성공적인 정착과 진화는 리더십의 역할에 달려있다. 리더는 R&R을 단순히 설계하고 하달하는 관리자(Manager)가 되어서는 안 된다. R&R 도입의 필요성과 비전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구성원들의 저항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변화의 과정을 이끄는 변화 촉진자(Change Agent)가 되어야 한다. 또한, R&R에 기반한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일관되게 실행함으로써 R&R이 조직의 핵심 운영 원리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R&R이 효율성이라는 명목 아래 창의성을 억압하는 관료주의의 덫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조직 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R&R은 조직의 제도와 시스템을 넘어,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사고방식, 즉 조직 문화의 일부로 깊숙이 내재화될 때 비로소 그 진정한 힘을 발휘하며,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7. 참고 자료
- R&R에 대한 오해와 생각 - Kim Dongwoo, https://whatisand.github.io/role-and-responsiblility/
- 혁신성과를 높이는 R&D 인적자원관리, http://webzine.koita.or.kr/201603-specialissue/%ED%98%81%EC%8B%A0%EC%84%B1%EA%B3%BC%EB%A5%BC-%EB%86%92%EC%9D%B4%EB%8A%94-RD-%EC%9D%B8%EC%A0%81%EC%9E%90%EC%9B%90%EA%B4%80%EB%A6%AC
- LG경영연구원, https://www.lgbr.co.kr/report/view.do?idx=2604
- R&R 설계 프로세스 | 전략 컨설팅 - 프라임 커리어, https://prime-career.com/article/155
- 프로젝트 관리에 유용한 9가지 RACI 차트 예시 - ClickUp, https://clickup.com/ko/blog/42483/raci-matrix-examples
- RACI 차트: 예시를 통해 살펴보는 최고의 가이드 [2024] - Asana, https://asana.com/ko/resources/raci-chart
- RACI 매트릭스란 무엇인가요? 정의, 생성 방법, 규칙, 이점, 장점 및 단점 - IdeaScale, https://ideascale.com/ko/%EB%B8%94%EB%A1%9C%EA%B7%B8/%EC%9D%B8%EC%A2%85-%EB%A7%A4%ED%8A%B8%EB%A6%AD%EC%8A%A4/
- [협업 비결] RACI 차트로 효율성 높이기 - Boardmix, https://boardmix.com/kr/skills/what-is-the-raci-model/
- RACI 모델 - 책임 할당 매트릭스 - IT 전문가를 환영합니다, https://ko.itpedia.nl/2017/04/05/responsibility-assignment-matrix-raci-model/
- RACI 매트릭스 대안, https://ideascale.com/ko/%EB%B8%94%EB%A1%9C%EA%B7%B8/%EC%9D%B8%EC%A2%85-%EB%A7%A4%ED%8A%B8%EB%A6%AD%EC%8A%A4-%EB%8C%80%EC%95%88/
- RAPID와 RACI: 프로젝트에 적합한 프레임워크는 무엇인가요?, https://clickup.com/ko/blog/235300/rapid-vs-raci
- 국가 R&D 사업의 계획단계 강화를 위한 분석 및 제언,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1013240703084.pdf
- R&D 이슈 대응과 성과 향상을 위한 OKR의 활용 > 24년 09/10월호 …, http://webzinekoita.or.kr/202409/16
- OKR 작성원리와 회사, 팀, 개인, 직무별 OKR 예시 모음 - 오픈애즈, https://openads.co.kr/content/contentDetail?contsId=12492
- 다양한 OKR 예시 : OKR 작성원리와 회사, 팀, 개인, 직무별 OKR 예시 모음 - 클랩 블로그, https://blog.clap.company/okr_example/
- 팀원들의 변화 저항을 줄이는 5가지 전략 - 벨빈 최신 뉴스 - 벨빈코리아, https://belbinkorea.com/kr/company/news.php?bgu=view&idx=12
- 조직변화 관리 - 학습기록, https://sepang2.tistory.com/107
- 조직장벽을극복하는비결 - LG경영연구원, https://www.lgbr.co.kr/uploadFiles/ko/pdf/man/manage935_20070507094637.pdf
- 피할 수 없는 기업병, ’관료화’의 이해 및 방지방안, http://img.shinhan.com/cib/ko/data/FSB_0608_05.pdf
- 관료주의의 종말 | 운영관리 | 매거진 |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ma/article_no/1252
- [Vol.40] ‘자율과 책임’? 자율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 메일리, https://maily.so/tickitacka/posts/5xrx675yr2v
- 베버의 이상적 관료제에 대한 설명과 현대 기업관점에서의 비판을 서술하시오 (25~50), https://ryan-jj.tistory.com/273
- 디지털 혁신을 위해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이것, 애자일 조직이란?(feat. 조건, 성공 사례), https://www.skax.co.kr/insight/trend/46